항공, 공항

제주공항 비행기가 지연되는 이유

T____ 2023. 1. 2.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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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기간동안 제주도 많이들 다녀오셨죠 ?
한번 갔다오신분은 그냥 그날 비행기가 지연됐었지 ~ 하고 넘어가시겠지만, 제주도를 자주 다니시는분은 매우 높은확률로 지연된 비행기를 타고 다닌 경험이 있을겁니다.

진짜 지긋지긋합니다. 제주공항 지연사태,,

진짜 맨날 지연이에요 단 한번도 제시간에 비행기가 출발한적이 없어요. 왜 그럴까요 ?
승객이 아닌 공항에서 일하는 직원의 입장에서 풀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1. 제주공항은 착륙이 가능한 활주로가 하나뿐이다.

왼쪽이 주로 사용되는 07/25 활주로, 오른쪽이 이륙만 가능한13/31 활주로임


공식적으로 활주로는 2개 입니다. 십자가 형태로 긴 활주로 하나 짧은 활주로 하나가 보입니다. 여기서 좌측의 긴 활주로는 우리가 비행기타고 이/착륙하는 일반적인 활주로의 조건을 충족하고있습니다. 제주도 왔다갔다하실때 거의 90퍼센트 이상좌측의 긴 활주로로 뜨고 내리셨을거에요. 문제는 오른쪽 짧은 활주로입니다.
제주공항은 국내선 보잉 737기 급의 항공기가 가장 많이 뜨고 내리는데, 우측의 짧은 활주로는 길이 등 안전상의 이유로 착륙용으로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이륙만 제한적으로 가능하죠.


그러면 어떻게 되느냐 ? 제주공항 활주로는 1대 이륙, 1대 착륙 순으로 이륙-착륙-이륙-착륙 이렇게 번갈아 가면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마저도 안전을 위해 최소한 3-5분간 텀을 두고 진행되는데, 가장 많이 운항되는 김포-제주간의 노선은 한달 평균 약 14,000회의 운항이 이루어집니다.

단순 계산으로 하루에 이/착륙이 466대 가량 이루어집니다.

이 많은 비행기들이 전부 한대씩 뜨고 내려야됩니다. 얼마나 비효율적인지 이해되시죠 ? 이 비행기들 중 한대, 두대씩 착륙/이륙에 실패해서 시간을 끌기 시작하면 이후 모든 비행기들의 이/착륙 시간에 영향을 받게 됩니다. 쉽게말해서, 공항이 감당할 수 있는 비행기의 양보다 더 많은 비행기가 오고 가기 때문에 조금만 삐끗해도 장시간 지연파티가 시작되는겁니다.

2. 활주로의 방향이 비효율적으로 설계되었다.

위에서 본 활주로 사진을 실제 위성사진으로 보면 이렇습니다.

제주공항의 주 활주로는 동북-서남 방향으로 뻗어있습니다. 이 활주로 방향은 사실 문제가 있습니다.
그냥 뜨고 내리면 되는거 아냐 ? 싶겠지만, 제주도는 다들 알다시피 바람이 굉장히 많이 부는 지역입니다. 항공기 운항에 가장 치명적인 요인으로 작용하는 강풍이 자주 발생합니다.
원래 항공기의 이륙/착륙은 맞바람을 받으면서 진행해야 가장 안전합니다. 정면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비행기 동체로 받아내며 안정적인 이륙/착륙과 감속이 가능한 것 입니다.
착륙할때는 항공기 동체를 정면 바람이 받아주며 감속과 기체 흔들림이 적도록 돕고, 이륙할때는 양력을 발생시키는데에 도움을 줍니다. (연 날리기 할때 바람 받아서 띄우는 것을 생각하시면 이해가 쉽죠)
그런데, 국내 타 공항들은 활주로 방향을 대부분 북서-남동으로 설치되어있는데, 이는 계절풍 영향이 크게 작용됩니다.
한반도는 지리적 특성상 대개 겨울에는 북서쪽의 시베리아 기단이 발달해 바람이 북서풍 위주로 불어오며, 여름에는 남동쪽에 위치한 북태평양 기단이 발달해 남동풍이 자주 붑니다. 그러니까 남-북 방향, 지도상 위~아래로 바람이 많이 불기 때문에 활주로 방향을 바람에 따라 남에서 북으로 이/착륙 하거나 북에서 남으로 이/착륙을 하면 안전한 운항에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망할 제주공항은 남-북 활주로를 현재 위치에 설치할 시 이륙, 착륙에 필요한 중요한 항로를 한라산이 가로막고 있는 꼴이 되어버립니다.

공항에서 남쪽으로 이륙/착륙시 한라산에 딱! 걸립니다.

거기에 공항 주변 도민들의 소음관련 민원도 쏟아짐에 따라 이륙용으로 사용하던 13/31 활주로의 사용빈도 또한 줄어들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런 활주로 방향 때문에 제주공항에서 이/착륙 할때는 항공기에 가장 위험한 측풍, 즉 옆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운항 해야하는 경우가 매우 잦습니다. 이는 잦은 착륙 실패로 이어지며, 비행기 한대가 착륙에 실패하면 안그래도 스케줄이 꽉차있는 활주로에 뜨고 내려야 할 비행기가 한대 더 추가되는 꼴이 되버립니다.

만약 내가 타야할 비행기가 제주공항에 착륙에 실패해서 다시 착륙을 시도한다면, 최소 30분은 지연됩니다.

이 두가지 공항설계의 결함이 제주공항의 잦은 지연을 유발하고 있으며, 이용객들의 불편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나온 방안이 바로 제 2공항 건설인데, 이 또한 건설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많은 문제가 야기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위의 이유만이 아닌 다른 여러가지 요인들이 많이 발생하겠지만 (여름엔 잦은 태풍, 강풍등) 대표적인 이유 두가지를 꼽아보았습니다. 이제 왜 지연되나 짜증만 내지마시고 제주공항의 설계결함상 지연이 잦을 수 밖에 없다는 점 이해 해주시면 공항에 일했던 놈의 입장에서 감사드리겠습니다.

빠른시일 내에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어 쾌적한 제주도 여행을 즐길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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