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세상엔 참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그들이 화나는 포인트 또한 참 다양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오늘부터 제가 제주공항에 일하던 시절 겪었던 진상/ 혹은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해 정당하게 항의했던 손님들 썰 시리즈를 시작해볼게요.
그 첫번째 이름 변경 진상 커플
때는 2018년 여름쯤 저는 아침 5시에 공항으로 출근해서 발권 카운터 오픈 준비를 막 끝내고 첫손님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는 입사 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신입 사원이었는데, 카운터를 오픈 하자마자 그날의 책임자였던 주임님은 커피한잔만 타온다며 잠깐만 혼자있을 수 있냐고 물으셨고, 저는 괜찮다고 혼자 있겠다고 하고 책상 정리를 좀 하고있었습니다.
그렇게 혼자 있으면서 시작된 업무,
별일 없이 두팀, 세팀 정도를 쳐내고 나이가 약 50대 정도 되보이는 중년 커플손님이 오셨습니다.
그리고 전 늘 하던대로 예약여부와 예약하신 비행기의 출발시간이나 편명을 물어보았고, 그분들은 당일 아침 첫비행기를 예약했다며 저에게 신분증을 주셨어요.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남자분의 이름이 검색이 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제가 잘못 검색했나 싶어서 몇번을 다시 검색했으나 정말로 그분의 이름은 예약자 명단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음 절차인 전체 예약자 목록을 켜서 가나다 순으로 하나하나 이름을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예약하실때 이름을 잘못 표기한 것이었습니다.
예를들면 이름이 홍길동이라면 홍킬동 뭐 이런식으로 이름 표기를 잘못해온 손님이었어요.
이런 경우에 승객입장에서 본인 확인이 제대로 되었으면 그냥 티켓 내주면 될것 아닌가 ? 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오늘 탑승하시는 건 기차도 지하철도 아닌 항공기이기 때문에 저는 수속을 진행 할 수 없었습니다.
왜냐구요 ?
비행기는 등록된 탑승객 본인이 아니면 그 어떤 경우에도 탑승권을 수속해 드리지 않습니다. 안전/보안 두가지가 항공기 운항에 가장 우선되는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본인이 아닌 승객에게 비행기 티켓을 발부해줬다가 사고가 생긴다면 국토교통부에서 벌금은 물론이거니와 ,그 후폭풍은 일개 직원인 제가 감당할 수 없는 중대사건으로 발전할 수 있기에 항공사에서도 국토교통부에서도 정말 강조하는 사항이었습니다.
예를들어 다른사람 탑승권으로 탑승했다가 비행기에 폭발물을 설치하고, 일이 생겨 탑승하지 못하겠다고 다시 내려달라고 하고, 본인은 내리고 폭발물이 설치된 비행기가 출발한다면 ?
그렇게 폭발사고가 나고 범인을 특정지어서 그 티켓 구매자를 추적했는데 엉뚱한 사람이 범인이라고 지목된다면 ?
뭐 이런식의 안전/보안사고 가능성을 원천차단하기 위해 비행기는 꼭 본인만 티켓을 수령할 수 있습니다.
잡설이 길었는데요,
어쨌든 그런 이유로 저희는 이름을 잘못적어오시면 수속이 불가능합니다. 라고 안내하면서 그와 동시에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치고 예약번호를 확인하여 이름을 잘못표기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이름 변경에 약 2-3천원 정도 변경 수수료 먹여서 진행해드리고 있었습니다.
왜냐 ? 이름을 잘못 표기한건 예약하신분 잘못이니까요....그런데 이렇게 말해서 한번에 수긍하는 분들은 잘 없습니다.

'니네가 잘못 쓰니까 이름이 잘못나오지'(홈페이지에서 표 살때 이름은 손님 니가 쓰셨는데요) 부터 시작해서 '돈뜯어먹을라고 온갖 지랄을 다 한다는 둥'(바꿔주고 다시 등록하고 업무절차가 추가되니까 돈이 더들죠 ㅜ)...정말 힘든상황이 많이 있습니다.
그날의 손님 또한 분노가 많은 분이었습니다. 바로 욕부터 하더라구요.
씨발 씨발부터 시작해서 신입 사원인 저로서는 견디기 힘든 욕 폭격을 시작하는데, 전 감정을 내비치기 싫어서 최대한 굳은 얼굴로 지불하지 않으시면 변경은 어렵고 수속또한 못해준다고만 반복해서 말했습니다.
바로 그때! 그날의 책임자였던 주임님이 왔고, 진하게 풍기는 진상스멜을 느낀 주임님이 옆에서 다시한번 안내를 했습니다.
그러자 그 손님(놈)은 '내가 다시는 이 항공사 이용하나봐라 씨발 !' 이라고 샤우팅을 했고
우리 주임님은 '니예~~~~ 이용하지 마세요' 라고 해줬습니다. 아주 평온한 말투로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일단락 되는 줄 알고 주임님은 잠깐 다시 자리를 비웠고, 그 손님은 지갑에서 주섬주섬 6천원인가를 꺼내서 저한테 주면 그게 진상이 아니죠 망할새끼...
제 얼굴에 돈을 던져서 저는 졸지에 얼굴에 맞게 되었습니다.
정말...화가 나더라구요... 지금 생각해봐도 진짜 화나요. 그때는 신입사원의 입장이라 그냥 참아야 하는 줄 알고 넘어갔는데
지금 와서 저한테 돈을 던지면 그거 받아서 바로 다시 던질 것 같아요.
폭풍같은 분노를 참고 그렇게 그날의 수속은 끝났습니다.
일단 썰은 여기까진데요, 그거 아세요 ?
이 손놈새끼들은 정말 별거 아닌 수준이었어요. 공항에 일하면 상상을 초월하는 진상을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시리즈로 한번 연재해볼게요. 공항에 일하려 준비하시는 취준생 여러분 ! 죄송합니다. 더러운 현실도 알려드릴게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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